|
오른쪽이 박 할아버지, 형수를 만나는 장면 |
62년 만에 돌아온 고향땅
일제 패전말기 강제 징집 되었던 박병운(87세) 할아버지가 62년 만에 고향땅인 태안에 돌아왔다.
21일 유일한 가족인 형수(김순임, 83세), 조카들과 상봉 후 부모님 묘소를 찾아 참배하면서 62년 동안 쌓인 한에 눈물을 글썽이는 박 할아버지의 모습은 측은하기 그지없었다. 그동안 박 할아버지가 가슴속 깊이 간직해두었던 혈육의 정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짐작하기조차 어려웠다.
이날 상봉은 올해 9월29일 서산시 한나라당 당원협의회 이기형 의장 외 당원들이 인천 적십자 병원 내에 세워진 사할린동포 노인복지회관을 방문하면서부터 인연이 되어 이루어진 것이다.
그 때 이기형 의장은 우리지역 태안군 이원면 내리 출신인 박 할아버지를 만나 기막힌 사연을 전해 들었다. 박 할아버지는 23세(1943년)에 그리운 부모님과 고향을 뒤로하고 일본군 징용에 끌려가 2년 후 사할린에서 해방을 맞이하였지만 고향으로 돌아올 엄두를 못 내고 모스크바에 머물면서 고향땅을 더욱더 그리워하게 됐다고 한다.
이후 박 할아버지는 모스코바 여인과 결혼하고 슬하에 자녀 한 명을 두었지만 아내와 자녀 모두 사망 후 혈혈단신으로 평생소원인 고국 땅으로 돌아오는 꿈을 지난 2월에야 이루었다.
62년 전 그토록 젊고 힘찼던 청년이 고향땅에 돌아왔다. 머리가 희어지고 눈이 침침해져 돌아온 고향에서 비록 부모형제는 먼저 하늘나라로 떠났지만 어릴 적 기억만은 가슴속에 그대로 남아있을 것 같다.
태안/ 김정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