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글

[스크랩] 첫눈이 오는날에

Annylee 2006. 3. 10. 09:55

아침부터 내리던 비가
차츰 눈발로 바뀌더니
회색의 하늘을 덮고 춤을 추며
지상을 향하여 내려온다.

 

첫눈이라 가슴 설레임으로
창밖을 물끄러미 내려다 보니
바람에 눈발이 휘날리며 아직도 가지에
끈질기게 붙어있던 나뭇잎들을 재촉한다.

 

우리들이 오고 있으니
너희들은 어서 물러가라고
나무를 흔들어 대고 몰아친다.

갈곳없는 낙옆들은 속절없이 길위에 떨어져
인간들의 발 밑에서 초죽음을 당한다.

 

낙옆들을 밟으며 희희낙낙하는 군상들,
갈기갈기 찢기는 낙옆들의 비명들,

눈과 바람에 떠밀려 그나마 제 앉은 자리도
지키지 못하고  떠도는 낙옆들이여.

 

누군가에 떠밀려 살아온 인생들이여.
정착하려는 몸부림을 방해하는 자들이여.

어느덧 눈발은 걷히고 구름사이로
햇님이 방긋 웃으며 숨바꼭질한다.


또 먹구름이 몰려온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하며
마음의 심기를 굳건히 하여
모진 비 바람에도 끄떡 하지않는
청청한 나무가 되리라.
 
이왕 오려거든 팡팡 내려 오시지...
이 대자연의 법칙을 누가 거스를수 있을것인가?

첫 눈 오는날에 마음이 허전하여
몇자 적어 보았네요.

 

11월 26일에

애니


 

출처 : 향이그윽한 애니의 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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