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글

[스크랩] 친구딸 결혼식에 다녀와서

Annylee 2006. 3. 10. 09:56
따르릉 전화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하던일 멈추고
수화기를 들으니 내친구가 앙칼진 목소리로

"너  나한테 왜 전화 안하는거야?"
사뭇 따지는 것이다.

"왜 내가 너한테 전화 해야하는건데?"

"네 남편이 너한테 이야기 안했어?"

"아니!"

"너 완전히 침해 걸렸구나!!
오늘이 희섭이 딸 결혼식이잖아!
너하고 같이갈려고 아침부터 전화하니
너 샤워하는 중이라고 네 남편이 그러길래
그럼 나중에 전화좀 부탁한다고 했더니 이야기 안했구나!"

아차 싶은것이 뒷통수를 세게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남편이 나 샤워하는중에 전화받고 자기도 바쁘니까
나한테 이야기도 안하고 그냥 나가버렸다.

난 오후에 나갈일이 있어 천천히 준비해도 되기에
늘짱거리고 있는데 친구한테서 두번째 전화가 온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친구의 딸 결혼식을 까맣게 잊고 있었으니
정말 내자신이 한심하고 기가 막혔다.
그친구가 아침에 전화안해 주었더라면 난 정말 잊고 있었다.

시간을 보니 결혼식 시작 1시간 40분전!!
부천까지 갈려면 얼마나 콩튀듯 해야할지 모른다.
20분동안 분단장을 대충 하고서 집을나서서
친구와의 약속장소까지 얼마나 뛰었던지 등뒤에선
식은땀이 홍건하다. 그렇게 하여 겨우 제시간에 만났지만
우리는 부천까지 가기엔 시간이 너무 빠듯하였다.

결국은 결혼식은 시작되었고
식장의구석에 앉아 있다가 끝난후에 혼주한테 인사하고
점심을 먹고 오랫만에 만난 동창생들이니 재잘대는 폼이란
어릴적이나 똑같다.

혼주인 친구가 봉투를 건네주며
뒷풀이 하고 저녁까지 먹고 가란다.
돈이 들어왔으니 써야하지 않겠느가?
우리는 노래방에 가서 싫컷 노래도 부르고
저녁도 잘 먹고 돌아 오는데
왠지 모르게 난 무엇이 빠진것 같은 허전한 기분이다.

주위의 친구들이 하나둘씩 사위얻고, 며느리보고,
손자, 손녀의 재롱에 하루해 가는줄 모르는데
난 아직도 두딸들이 시집갈 생각을 안하고 있으니
걱정할 나이는 아직 아니지만 그래도 은근히
난 어떻게 하나? 하고 생각에 잠겨본다.

작년까지만 하여도 이런생각이 안들었는데...
나도 어쩔수 없이 나이가 들어가는가보다, 생각하니
서글퍼 지기도하고 걱정스럽기도 하여 생각이 착잡하였다.

이런생각 저런생각에 잠겨있는데 어느덧 옆자리의 친구가
서초동에 거의 다왔다고 남편한테 전화걸어서

"여보!! 난데, 나 거의다 왔으니 전철역으로 데릴러 나와!!

착한 남편은
"그래, 알았어!! 하고 전화를 끊는다.

늙어지면 결국은 둘만 남는것인데...

자식들은 내 일생에 한번 왔다가는 손님들이란 말인가?
오늘 친구의 딸을 시집 보내면서 딸도 눈물을 흘리고
친정엄마도 눈시울 붉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찡하였다.

나도 저럴때가 올텐데~~~

11월 20일에
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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