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 제삿날에.
오늘 난 시어머님의 기일을 맞이하여 음식을 장만하면서
어렸을 적에 생겼던 제사에 얽힌 이야기를 떠 올려보며
고소를 금치 못한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쯤인 것으로 기억이 된다.
할아버지 기일에 난 신이 나서 무엇인가 도와드리려고
부엌을 열심히 드나들고 잔심부름을 하며
자정이 될 때까지 졸린 눈을 비비며
제사 끝내는 순간까지 지켜보았는데
제사가 거의 끝날 무렵에 촛불을 내려놓고
잠시 기다리는 시간이 있는데
그사이 내가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부엌으로 냉큼 달려가서 어머니에게 고하기를
“엄마! 제사 끝났어요!”
영문도 모르는 어머니는 내 말을 믿고서는
부엌으로 가져갈 음식을 거두어 가셨다.
조금 후에 아버님과 친척들이 마지막 인사의 예를
올리려고 제사상을 보니 음식들이 없어진 것을 알고
황당해 하셨는데 그때 난 정말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빨리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에 제사가 끝이 난 줄로 착각을 하였고 국그릇을 부엌으로 가져가는데 열심히 거들었다.
그 당시에는 요즘같이 간식거리가 별로 흔치 않았던 터라
맛있는 음식 먹을 생각에 제삿날을 손꼽아 기다리곤 하였다.
하지만 요즘엔 제사음식이 예전같이 맛있는 줄 몰라
여러 날이 지나도 남아서 남은 음식을 재활용하여
잡채도 만들고 여러 가지 전을 함께 넣고 끓이는
전골냄비를 만들기도 한다.
과거에 우리가 살아온 길이 참으로 어려웠었고
지금은 모든 여건이 너무 좋아져서
음식의 다양함에 입맛도 달라졌다.
그때는 그렇게도 맛있던 음식이 지금은 그 맛을 못 느끼니
어릴 적의 입맛이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을 것을
생각하니 세월의 무상함에 나 자신이 슬퍼진다.
그렇게 기다리던 제삿날과 명절이
어른이 되고 보니 미리부터 은근히 걱정이 되는 것은
나만이 느끼는 심정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명절 증후군에 시달리는 주부들이 많은 현실이다.
이제 며칠 안 있으면 설이 닥아 오는데
여간 마음이 쓰여 지는 것이 아니다.
연간 제사가 수없이 많다보니 이력이 날만도 한데
여전히 힘들고 어렵기만한 일이다.
번잡한 집안이 아니다 보니 모일 식구들이 적으며
장만할 음식이 많지 않아 복잡하지는 않지만
너무 단촐 하여 쓸쓸함이 감돌아 외롭기 까지하다.
제사준비가 아무리 어렵고 힘들다 하더라도
명절이나 제삿날에는 식구들이 버글거리며
제사음식을 앞에 두고 정을 나누며 담소하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 즐거움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질 못하니 아쉬움이 크다.
이제 설날이 닥아오니 영락없이 한살을 더 추가 했으니
올 한해도 나이 들어감에 서글퍼 하지말고
남은 인생을 좀더 보람있고 현명하게
그리고 남을 위해 봉사할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 가야할것 같다
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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