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글

[스크랩]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Annylee 2007. 6. 21. 12:16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미국에 온지도 벌써 20여일이 지났다.
세월이 어찌 이렇게 빨리 지났는지 꿈 만 같다.
그동안 두 딸들과 함께 한 시간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것 같다.
큰딸은 법대에서 열심히 미래의 변호사를

꿈꾸며 공부하고 있으며
작은딸은 교수가 되기 위해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여름학기 동안에 큰딸은 법률사무소에서

그리고 작은딸은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한국에 다녀 가지도 못한다.

 

나도 한때는 아들가진 부모가 부럽기도

하였는데 지금은 딸 둘이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그동안 두 딸들이  생각 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이 더욱 성숙해진 느낌이 든다.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욱 깊어졌고

배려하는 마음이 예전 같지가 않아서

마음이 놓인다.

큰딸은 결혼할 시기임에도 결혼할

생각을 안하니부모로서 여간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같은 환경에서 자란 한국 교포2세를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어서 파란눈의

사위를 얻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것을 미연에 방지하기위하여

시간만 나면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한국남자와 결혼해야한다고 이야기 하지만 딸아이는

코도 힐끗하지 않는다.

생활력도 어찌나 강한지 제 할일은

똑 부러지게 하여 부모인 나를 당혹하게

만들 때가 종종 있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어찌나 지독한지

하루는 아빠하고 문방구점에 같이 갔는데

돌아와선 남편이 혀를 찼다.
내 딸아이지만 너무 지독하다고 이야기 한다.

문방구점에서 금문교 다리의 사진이

들어있는 카드 한 장을 고르니

딸아이가 돈을 지불한다고

하길래 그냥 놔두었단다.
25센트짜리 카드 값을 지불하려고 가방을

모두 뒤지니 22센트가 나왔단다.
우리 같으면 1불짜리 지폐를 꺼내 주었을 텐데

1불(천원)을 아끼려고 온 가방을 다 뒤지고

결국에는 상점 점원이 나머지 3센트를 채워

넣고서 계산이 끝났다고 하였다.

매사에 너무 꼼꼼하여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작년에 내가 미국에 왔다가 귀국하기

하루전날 두 딸들이 있는 집에서

공항근처에 있는 친구 집으로 짐을 싸들고
왔는데 일은 내가 떠난 후에 발생하였다.

두딸들이 공항에 나를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집에 도둑이 들어

난장판이 되었단다.
컴퓨터 두 대와 디카 등 돈이

될 만한 것을 모두 가져갔다.
작은딸의 자동차 여벌의 키를 찾아내어

자동차를 훔치려고 온갖 시름을 하다가

포기하고 자동차 핸들만 망가 뜨렸다.
그래서 자동차는 무사하였는데 나중에

핸들고치고 키를 갈아내는데 천불이 날라갔다.

그나마 자동차를 도둑맞지 않은 것은
큰딸의 지혜였고 평소에 조심하는 행동이

작은딸에게 자동차 핸들을 잠그고 가야한다며

자물쇠를 채우게 한 덕분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1년도 안된

현대 엘란트라를 도둑맞을 뻔했다.


그 이후로 작은딸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애지중지하는 국산차를 열심히 도둑맞지

않으려고 핸들에 자물쇠를 채운다.

그런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야무진 큰딸이 그 많큼 반듯하게커준 것에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미국에서 태어난 두 딸들은  공부하는

아빠때문에 아빠의 살뜰한 정을 못 느끼며

성장하였으며  애들과 잘 놀아주지도 못해서

우리는 항상 미안함을 느낀다 .

어릴 적에 아빠하고 놀았던 기억이

별로 없다고 하는 애들의 얘기를들을 때면

얘들에게 죄지은 마음이 든다.


그래서 아빠는 딸들에게 늘 입버릇처럼

말하곤 하는데 나중에 더 늙어서 아무것도

할 일이 없을 때는 손주들을

돌봐주겠다고 하신다.
난 그런 말을 할 때 마다 그런 약속을

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하지만
부모로서 어떻게 몰라라 할 수 있을 것인가?

내 자신이 의문스럽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다보니

시간이 꽤 흐른 것 같다.


지금의 상황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비행기 탑승시간을 기다리면서 가져온

컴퓨터로 너스레를 떨고 있는 중 이다.


불행하게도 내 노트북이 인터넷 연결이

안 되어 안타깝다.
한국에서 올 때 잘 알아서 미국에서도 적응이 될 수 있게
해왔어야 했는데 그냥 가져오면

다 될 줄 알고 있었던 나의 잘못이 이제야

후회하여도 소용이 없다.

이럴 때 큰딸은 이런 실수를 안 할 텐데

큰딸에게서 난 많은 것을 배운다.
그만큼 딸들만 보면 마음이 든든하고 힘이 생긴다.
세상의 부모 마음이 모두 같겠지만

나만 딸들이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두 딸들을 다시 미국에 두고 가려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지만
이곳에서 뿌리내리고 할 일이 있어서

보람 있게 생활하고 있으며
믿음직스럽고 걱정을 안 해도 될 만큼

 성장 하였음에 감사한다.

부디 두 딸들의 앞날에 행운이 있기를 바라며

건강하고 밝고 희망찬 미래를 위하여

열심히 하여 줄 것으로 믿는다.


샌프란시스코를 떠나면서 다음에 서로

만났을 때는 더욱 발전하고 성숙한

모습이기를 기대하며 쁘듯 한 마음과

서운한 마음을 함께
가슴에 접어두고 떠난다.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내 마음을 샌프란시스코에 두고)"

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6월9일에

출처 : 향이그윽한 애니의 홈입니다..
글쓴이 : Anny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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