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글

[스크랩] 연길에서 띄우는 편지 #4

Annylee 2006. 3. 10. 09:51

중국 연길에서 #2 071.jpg


일요일 오후에는 학교의 소개를 하는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하여 많은 정보를 얻었다.
특기할 사항은 외부에 나가서 중국인과 대화를 나눌 때 가급적이면 정치적인 이슈는
삼갈것이며 중국 정부가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민족문제이다.

예를들면 옛날엔 연길이 우리 고구려 땅 이었다는 둥 그네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은 삼갈 것이며 여기 연길은 탈북자들이 가끔 넘어와서
우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있는데 도움을 주는 것은 불법이기에
돕지말며 인정상 어쩔수 없으면 돈으로 일, 이백원 정도
(1만 5천원~3만원정도) 도와주는 것은 무방하다는 것이다.
그 이상으로 도와주면 문제가 발생하여 복잡해진다고 주의를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북한식당에 가면 북의 체제를 비방하거나 정치적인
질문을 많이 던지지 말고 외출할 시에는 신변안전에 주의를 기하여
혼자 너무 늦게 다니지 말고 야간 외출을 자제하고 외출 시에는
꼭 둘 이상 함께 다닐 것을 권하였다.

월요일에는 우리가 주말에 도착하는 바람에 중국 공안당국에 입국 신고를 하지
못하여 학교에서 대신해주기에 학교에서 입국신고서 작성하고
(중국에 도착하면 즉시 공안당국에 입국신고를 하여야함, 왜 공항에서 했는데
또 해야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음)
중국어 클래스에 남편과 함께 등록하였다.

학교에서 교수와 학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하여 주말 문화탐방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백두산 관광 1박2일 신청하고 용정 도문 등 주위의
관광지를 주말마다 다른 곳으로 신청하였다.

중국어 클래스에 신청을 하고 나니 월요일부터 시작하는 강의가 한 주일 늦혀져서
다음주일부터 시작한다고 하니 좀 허탈하였다.
그래서 난 할 일이 갑자기 없어진 느낌이 들어 나 나름대로 컴을 켜놓고
중국어를 독학하기로 하였다.
식사시간과 저녁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종일 컴퓨터룸 으로 와서 오전 내내
컴 앞에 앉아있기를 며칠 째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남기에 여기에 이런 글도 쓰고 있다.

아마 다음주일부턴 컴 앞에 앉아서 글쓰고 읽고 하는 시간의 여유가
지금보단 없을 것 같다.
컴퓨터만으로는 양이 안차서 여기 토박이 학생 한명을 만나 오늘부터
개인 지도를 받기로 하였다.
보수는 한 시간당 10원 정도면 된다고 하니 한달 내내 받아 봐야 3~4만원 정도면
충분 할터이니 정말 이기회에 무엇인가 해내고 말겠다는
나의 의지와 각오가 단단하다.

이런 각오를 하게된 동기는 시내에 나가서 벙어리 아닌 벙어리 행세를
하고나니 오기가 저절로 생겼다.
월요일이 내 생일이라 그이가 저녁을 시내에 나가서 먹자고 하길래
북한에서 운영하는 유경호텔내에 있는 북한음식점으로 갔다.
음식은 그런대로 괜찮았고 평양냉면맛은 맛이 하나도 없었다.
홀서빙하는 아가씨들은 모두 예뻣고 빨강치마에 색동저고리 차림으로
저고리 왼쪽 가슴에 모두들 뱃지를 달은것이 이채로웠다.

남한에서온 단체 관광객이 한꺼번에 몰려들어오고 북한의 뱃지를 단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 즈음 홀 서빙하는 아가씨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노래 제목은 "반갑습니다"였고 힘차고 우렁차게 노래를 모든
손님에게 선사하니 인기가 대단하였다.

모두들 카메라로 사진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물론 나도 이순간을 놓칠수
있으랴. 지금 이글을 쓰면서도 사진을 함께 싫지 못하는점이 아쉽다.
사진은 귀국후에 자료실에 싫을 예정이니 참고 하시길...
이때까지는 말때문에 어려움이 없이 잘 지나갔다.
그런데 식사가 끝나고 학교로 돌아오는길에 과일이 먹고싶어서
과일가게에 들려서 문제가 발생하였다.

여태까지 내가 미국은 물론 유럽에 가서도 벙어리 행세는 해본 일이 없는데
이 중국에 와서 내가 벙어리가 되고 보니 기가 막히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그땐 왜 준비해 갔던 몇마디도 생각이 안났는지 암담하기만 하였다.

겨우 손짖 발짖으로 과일까지 정해 놓았으나 가격을 알길이 없어서
주인의 얼굴만 쳐다보니 주인은 계속 중국어로 이야기 하는데
난 통 알아들을수가 없으니 얼마나 난감하던지 아무말도 생각이 안났다.
마침 그옆에 계산기를 발견하고나서 계산기를 두드려 겨우 통할수 있었다.

학교내 에서는 영어와 한국어만 알면 모두 통했기에 이렇게 답답한 일은 처음
당하고 보니 황당하고 하루 빨리 중국어를 배워야겠다는 조바심이 생겨
학생 한명을 붇잡아 놓았다. 오늘부터 개인 교습이 시작된다.
앞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중국어 공부하느라고 이나이에 씨름할 생각을하니
암담하지만 가는데 까지 열심히 가볼 생각이다.

다음에 계속...

연길에서 애니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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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향이그윽한 애니의 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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