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글

[스크랩] 나의 딸들

Annylee 2006. 3. 10. 09:58

2004년말 미국방문기 045.jpg


<pre>

귀국하고보니 미국에 있었던때가 꿈만같아서
딸들의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

 

미국을 떠나 한국으로 영구 귀국한지도
어언 11년이 다 되어가
그만큼 딸들과 떨어져있는 생활이 길다보니
이젠 서로가 멀리 있는것이 익숙해져
딸들집에 오래 있으면 불편해서
내가사는 집이 제일 편하고 안락함을 느낀다.

 

큰딸이 77년에 스탠포드 대학병원에서 태어났을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집가고도 남을 나이가 되었으니
걱정이 아닐수 없다.

 

옆에서 시집가라고 다그쳐 대지만 아직 시집갈 때가 아니라고
우기고 있으니 어쩔수가 없다.

내가 큰딸 있는곳에 다니러 갔을때
딸애의 미국 남자친구가 놀러왔다.


한국 남자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을 하였을텐데
그래도 겉으로는 반갑게 맞이하고
여러가지 묻기도하고 웃으면서 잘 대해주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미국애라서  은근히 걱정이 앞섰다.

 

그친구가 돌아간 다음에 우리는 딸애를 붙잡고
꼬치꼬치 묻기 시작하였다.
우선 결혼할 남자냐고  다그쳐서 물었더니 펄쩍뛴다.
우선 안심이다.


어쩌랴,  그냥 친구라고 하는데…

믿어야 하겠지만  앞으로 벌어질 일이
불을 보듯이 뻔할것 같으니 눈앞이 캄캄하였다.


어느날 미국친구를 데리고 와서 막무가내로 결혼하겠다고
우기면 어쩌겠는가?

그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우리는 시간만 나면
두딸들을 붙잡고 연설을 한다.

 

절대로 국제결혼은 허락할수 없으니 그런줄 알라고
엄포를 놓으면 , 딸애의 반응은 엄마 생전에 결혼하는일
없을것이라고 되레 위협한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것이 딸에게는 무리라는것을 나도 잘안다.
우선 미국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교육을 받고, 큰 딸애는
한국에서 살아본 적이 없으니 완전히 미국애가 되어버렸다.


한국에는 방학때만 나와서 지내다가 가곤하고 그나마
직장을 잡은후로는 한국에도 잘 다녀가질 못해서
내가 딸들을 보러 미국으로 간다.

 

버클리 대학시절에 한국학생 써클에 가보았는데
한국학생들과 대화도 안되고 여러가지로 맞질않아서
그만 두었다고 했다.


그리고 직장에서 한국남자를 만날기회가 전혀 없으니
한국남자 만나서 결혼하라고 요구하는것도 딱한일이다.

 

남편의 친구 아들들이 몇이 있는데 아마도 서로가
만나게 해주자고 약속을 하였던 모양이어서
딸애한테 그이야기를 해주니
요즘에 누가 남편감을 부모가 소개해주느냐고
절대로 안본다고 야단이다.

 

그러니 이노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아마도 지금부터 내가 마음을 고쳐먹고
그러려니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것같다.

 

작은 딸은 중학교를 한국에서 나와서
L.A. 한인타운 내에서 살고 있으니
한인교회라도 다니고 하면 또 누가 알랴.
한국친구를 만날수 있을지….


두딸애의 혼기가 돌아오니 여러가지로
걱정이 앞서 이런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것도 제 팔자겠지만 부모의 마음은
한국인끼리 만나서 된장찌게라도 같이 끓여먹을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지만
딸들은 그런 개념이 전혀없다.

 

그네들에겐  이미 미국사고 방식이 자리잡고있고
미국사회에서 길들여 졌으니 자연적으로 그네들과
동화되는것이 순리일것이다.

 

부모가 자식을 못이긴다고 하는 말은  나에게도
통하는 말이거늘 미국사회에서 어쩔수없이
키우다보니 내가 지고 말아야 할것같아 아예
지금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야 내가 충격이 덜할것 같다.

 

미국인이던 한국인이던 제가 좋아하는 사람만나서
행복하게 살면 된다고 주위사람들에게 역설 하곤했는데
내가 막상 당할려고 하니 그게 아닌듯 싶어서 걱정이다.

 

세월이 흘러가면 해결해 주리라 믿고 딸애들의 앞날을
지켜 볼수밖에 없는것 같다.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기만 바라면서….

 

1월 9일 아침에
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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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향이그윽한 애니의 홈입니다..
글쓴이 : Anny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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