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반추하며
황금빛으로 가득하던 들판이 어느새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텅 빈자리만 남아
공허하고 허전하기 이를 데가 없다.
가을이 오는가 싶더니 이젠 그마져도 가버리려는가 보다.
타다 남은 여름이 지쳐서 붉게 몸부림치는 가을에 남는 것은 길거리에 뒹구는
낙엽들의 군상이니 세월의 무상함에 또 한 번 파르르 떨린다.
또 한해의 황혼기에 접어들어 지난 세월의 편린들을 떠 올리다보니
그동안 난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자문해 본다.
지질이도 복이 없어서 애초부터 없었던 운이었던가?
그것이 내가 가야할 운명이었던가?
한치 앞도 모르는 운명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처해진 위치에서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일이라고 굳게 믿어왔건만,
결과는 그게 아니었으니 후회와 절망과 좌절감으로 얼룩진 시간들이었다.
오랜 외국생활을 접고 귀국하여 고향으로 내려 올 때에는 제법 꿈도 야무지고 희망도 컸었다.
사고와의 충돌로 인해서 마음고생도 많았고 적응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렸다.
우리가 하고자하는 일에 대한 명예욕은 생각지도 않았으며
고향을 위해서 미력하나마 무엇인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러나 현실과 이상의 충돌로 인한 좌절감을 맛 봐야했고 또다시 힘을 내어 일어서서
목표지점에 거의 다다랐을 때에 타의에 의하여 뜻하지 않은 벽에 부딪혔다.
지금 안타깝고 아쉬운 것은 그동안 시간과 노력과 경제적 손실을 감내하면서
한길로만 고집하다가 떠밀려난 이 시점에 자리에 연연해서가 아니라 마지막으로
있는 힘을 다 하여 고향을 위한 일을 하려고 준비해온 열정과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기회마저 상실당한데서 오는 좌절감이다.
우리는 진실로 이웃을 위해서 고향 주민을 위해서 나아가서는 국가를 위해서
우리가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무엇인가 헌신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열심히 한길로만 정진해 왔다.
과거에 공들인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날쌘 사람들이 새치기로 들어와
가로채거나 묵인하여 부추기는 사회가 되는것은 심히 염려스럽고
이런 일이 앞으로 더이상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기회주의자가 되면 그만이지 누가 열심히 목숨 바쳐 일 할 것인가?
열심히 하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세상이 올까봐 겁이 난다.
이미 이 세상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바보인 세상인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사회나 국민들은 상황판단을 잘하기에 현명한 선택을 하여
앞으로는 정의 사회가 구현이 되도록 해 줄 것으로 믿는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 겪는 이런 고통은 빨리 잊어야 한다는 것도 잘 알면서
그렇게 안 되는 것은 또 무슨 이치란 말인가?
인생길에서 자기가 정해놓은 항로를 순항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좌절과 고통과 억울함과 분노들을
삭혀가면서 지내는 사람들이 더욱 많을 것이다.
신은 감당할 수 있고 이겨낼 수 있는 사람에게만 고통을 주신다는 말씀이 생각난다.
그래서 나도 이런 시련과 고통을 받을 수 있음은 선택된 사람이니
"나는 그래도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며 그저 세월이 약이려니 하고 지낸 시간이
어느덧 가을까지 오게 되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세월의 흐름에 제행무상을 느끼고,
황혼 무렵 저무는 해를 보며 서러워하고, 쓸쓸해하며 길거리에 쌓인 낙엽을 밟으며
지난과거를 반추하는 이런 여유로운 시간은 내가 생활에 쫓겨 일찍이 느끼거나
가져보지 못했던 호사라고 생각하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하고 자위를 해본다.
언뜻 김현승의 “가을의 기도" 중에 “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맺기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라는
시 구절이 생각난다.
이 결실의 계절에 미래의 아름다운 열매를 맺기 위해 지난 세월에 겪었던 모든 것에 대한 열매를
묻어버리고 찬란한 봄에 싹틀 수 있게 준비하는 시간을 위해 나는 오늘도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이젠 나 자신이 쳐놓은 울타리를 벋어나 밖으로 향하여 나아갈 때가 되었다는
생각까지 미치고 있음을 느끼니 많이 발전한 셈이랄까.
내가 세상에 지은 죄도 없는데 왜? 내가 스스로 나 자신을 가두려고 하는지
움츠려드는 나 자신이 밉다. 세상에 대한 자신감의 상실이랄까?
배신감에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는 것인가?
아직도 세상에 대한 원망이 남아 있어서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것 때문만은 아닐 텐데
자신감을 잃어본 적이 없는 나이기에 그것도 아닌데,
세상에 배신당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그것을 가지고 아직도 허우적대고 있다는 말인가?
세상에 대한 원망은 그만 생각하고 모든 결과의 원인이 본인에게 있음을
자인 하고나니 결론이 쉽게나와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모든 것이 “내 탓이오” 로 돌리면 이리도 마음이 편한 것을
세상 사람들은 남 탓을 잘해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책임마저 회피하려 든다.
나 역시 그런 무리들에 속해있는 속물 중에 한사람이지만 노력을 해 볼 것이다.
과거는 과거로 흘러갔을 뿐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니 지금에서야 후회하고 아쉬워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그저 앞으로 더 이상 후회 없는 삶을 살았으면 좋으련만 어떻게 해야
후회 없이 사는 것 인지를 터득하지 못하여 답답 하기만하다.
그러나 열심히 살다보면 답이 나오겠거니 하고 기다린다.
결실의 계절인 가을을 맞이하고 보내면서 나도 무엇인가 이제는 결실을 맺을 수가 있기를
기다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열매를 수확할 기쁨을 기다린다.
행여 나에게 그런 행운이 찾아 올 런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기다려 볼 것이다.
내일을 위한 희망을 노래하며,
오늘을 즐겁게 사는 것이 내일을 향한 희망이요.
미래를 준비하는 원동력이 되어 줄 것으로 믿으며 기다린다.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라서 나는 오늘도 희망찬 훗날을 기다린다.
2008년 11월 8일에
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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