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글

가을을 반추하며

Annylee 2008. 11. 11. 17:50

가을을 반추하며

황금빛으로 가득하던 들판이 어느새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텅 빈자리만 남아
공허하고 허전하기 이를 데가 없다.
가을이 오는가 싶더니 이젠 그마져도 가버리려는가 보다.
타다 남은 여름이 지쳐서 붉게 몸부림치는 가을에 남는 것은 길거리에 뒹구는
낙엽들의 군상이니 세월의 무상함에 또 한 번 파르르 떨린다.

또 한해의 황혼기에 접어들어 지난 세월의 편린들을 떠 올리다보니
그동안 난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자문해 본다.
지질이도 복이 없어서 애초부터 없었던 운이었던가?
그것이 내가 가야할 운명이었던가?
한치 앞도 모르는 운명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처해진 위치에서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일이라고 굳게 믿어왔건만,
결과는 그게 아니었으니 후회와 절망과 좌절감으로 얼룩진 시간들이었다.

오랜 외국생활을 접고 귀국하여 고향으로 내려 올 때에는 제법 꿈도 야무지고 희망도 컸었다.
사고와의 충돌로 인해서 마음고생도 많았고 적응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렸다.
우리가 하고자하는 일에 대한 명예욕은 생각지도 않았으며
고향을 위해서 미력하나마 무엇인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러나 현실과 이상의 충돌로 인한 좌절감을 맛 봐야했고 또다시 힘을 내어 일어서서
목표지점에 거의 다다랐을 때에 타의에 의하여 뜻하지 않은 벽에 부딪혔다.
지금 안타깝고 아쉬운 것은 그동안 시간과 노력과 경제적 손실을 감내하면서
한길로만 고집하다가 떠밀려난 이 시점에 자리에 연연해서가 아니라 마지막으로
있는 힘을 다 하여 고향을 위한 일을 하려고 준비해온 열정과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기회마저 상실당한데서 오는 좌절감이다.


우리는 진실로 이웃을 위해서 고향 주민을 위해서 나아가서는 국가를 위해서
우리가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무엇인가 헌신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열심히 한길로만 정진해 왔다.

과거에 공들인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날쌘 사람들이 새치기로 들어와
가로채거나 묵인하여 부추기는 사회가 되는것은 심히 염려스럽고
이런 일이 앞으로 더이상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기회주의자가 되면 그만이지 누가 열심히 목숨 바쳐 일 할 것인가?
열심히 하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세상이 올까봐 겁이 난다.
이미 이 세상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바보인 세상인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사회나 국민들은 상황판단을 잘하기에 현명한 선택을 하여
앞으로는 정의 사회가 구현이 되도록 해 줄 것으로 믿는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 겪는 이런 고통은 빨리 잊어야 한다는 것도 잘 알면서
그렇게 안 되는 것은 또 무슨 이치란 말인가?
인생길에서 자기가 정해놓은 항로를 순항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좌절과 고통과 억울함과 분노들을
삭혀가면서 지내는 사람들이 더욱 많을 것이다.

신은 감당할 수 있고 이겨낼 수 있는 사람에게만 고통을 주신다는 말씀이 생각난다.
그래서 나도 이런 시련과 고통을 받을 수 있음은 선택된 사람이니
"나는 그래도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며 그저 세월이 약이려니 하고 지낸 시간이
어느덧 가을까지 오게 되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세월의 흐름에 제행무상을 느끼고,
황혼 무렵 저무는 해를 보며 서러워하고, 쓸쓸해하며 길거리에 쌓인 낙엽을 밟으며
지난과거를 반추하는 이런 여유로운 시간은 내가 생활에 쫓겨 일찍이 느끼거나

가져보지 못했던 호사라고 생각하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하고 자위를 해본다.

언뜻 김현승의 “가을의 기도" 중에 “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맺기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라는

시 구절이 생각난다.
이 결실의 계절에 미래의 아름다운 열매를 맺기 위해 지난 세월에 겪었던 모든 것에 대한 열매를
묻어버리고 찬란한 봄에 싹틀 수 있게 준비하는 시간을 위해 나는 오늘도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이젠 나 자신이 쳐놓은 울타리를 벋어나 밖으로 향하여 나아갈 때가 되었다는
생각까지 미치고 있음을 느끼니 많이 발전한 셈이랄까.
내가 세상에 지은 죄도 없는데 왜? 내가 스스로 나 자신을 가두려고 하는지
움츠려드는 나 자신이 밉다. 세상에 대한 자신감의 상실이랄까?
배신감에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는 것인가?
아직도 세상에 대한 원망이 남아 있어서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것 때문만은 아닐 텐데
자신감을 잃어본 적이 없는 나이기에 그것도 아닌데,
세상에 배신당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그것을 가지고 아직도 허우적대고 있다는 말인가?

세상에 대한 원망은 그만 생각하고 모든 결과의 원인이 본인에게 있음을
자인 하고나니 결론이 쉽게나와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모든 것이 “내 탓이오” 로 돌리면 이리도 마음이 편한 것을
세상 사람들은 남 탓을 잘해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책임마저 회피하려 든다.
나 역시 그런 무리들에 속해있는 속물 중에 한사람이지만 노력을 해 볼 것이다.

과거는 과거로 흘러갔을 뿐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니 지금에서야 후회하고 아쉬워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그저 앞으로 더 이상 후회 없는 삶을 살았으면 좋으련만 어떻게 해야
후회 없이 사는 것 인지를 터득하지 못하여 답답 하기만하다.
그러나 열심히 살다보면 답이 나오겠거니 하고 기다린다.

결실의 계절인 가을을 맞이하고 보내면서 나도 무엇인가 이제는 결실을 맺을 수가 있기를
기다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열매를 수확할 기쁨을 기다린다.
행여 나에게 그런 행운이 찾아 올 런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기다려 볼 것이다.
내일을 위한 희망을 노래하며,
오늘을 즐겁게 사는 것이 내일을 향한 희망이요.
미래를 준비하는 원동력이 되어 줄 것으로 믿으며 기다린다.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라서 나는 오늘도 희망찬 훗날을 기다린다.

2008년 11월 8일에 
애니

애니님의 가슴속 깊은 내면을 함께 하며 같이 져미는 아픈 상처에 동감을 합니다 뒤돌아본 세상사 다 부질없다 하지만 세상이 어디 진실만이 통하지 않으니 애니님이 보고 부딪힌 현실이 얼마나 기막힌 사연이 많았겠습니까?! 애니님이 얘기 한데로 모든것이 내탓이요라고 생각 하시고 이제 무거운 짐 내려 놓으시고 괴롭고 외로웠던 지난 과거사 모두 잊으시고 이제 마음 추스리시고 희망찬 훗날을 기다리며 항상 건강 하시고 나날 행복 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08.11.09 18:17

애니님의 마음을 다 헤아리지는 못하지만 많이 동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기회라고 생각하시고 진정으로 내 나라를 사랑하고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섬기시고 봉사하시면 내가 목표하는 것을 못 이루었다고 해도 보람된 일이고 순수한 마음이 언젠가는 열매 맺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애니님~~!! 용기내시고 늘 기쁘게 행복하게 아름답게 생각하시고 고향을 사랑하는 그 처음의 마음으로 생활하시면 꼭.. 활짝 웃을 날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시고 기다리세요.. 그리고 기도하시고요... 애니님~~!!!! 기쁜 마음으로 화이팅 ~~!!!! ^^* ^^* 08.11.09 17:08

모든것이 내탓이요? 라고 생각하신대로 여기시고 악몽을 다 잊어버리고 앞으로는 희망만 가득차리라 믿으시고 힘차게 전진하시기 바랍니다.회이팅!!애니님!! 08.11.09 17:52

애니님, 인생이 기다림의 연속이라니요? 누가 그런 말을 했지요? 라오가 무지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말은 금시 초문. 라오의 생각에 인생은 개개 사실이 하루 하루 결실을 맺는 세월의 연속이라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어제의 일은 어제의 일로 결실이 되어 각자가 이미 수확을 했다는 말입니다. 땅에 뿌려진 벼가 싹이 트고, 나락이 되어가고, 영글게 되면, 농부가 추수를 하고, 도정을 해서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어느 과정 하나 의미가 없고, 버릴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그 벼는 이미 벼가 아니며, 쌀이 될 수 없습니다. 애니님의 오늘은 애니님의 글에 써 있는 바와 08.11.09 21:58

같이 열심히 살아오신 결과라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이루고 싶은 목표에 못 미친다고 해서 실망하고 답답해 하실 필요가 없다고 감히 라오는 말하고 싶습니다. 다만 그 목표가 추구할 필요가 있고, 가능성이 있다면 꾸준히 오늘을 살아 가시면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목표를 수정하면 될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면 되겠지요. 하자만, 라오가 보기에 애니님은 많은 것을 이미 수확하셨으며, 앞으로도 많은 것을 수확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이런 마음을 가지고, 지난 날을 한번 돌아보면 어떨가요? 08.11.09 22:12

저의 이 답글에 동감하시게 되면, 애니님은 황혼이 아닌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는 밝은 하루를 다시 사시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뵌지 오래 되지만, 부디 건강하시고, 행복하소서. 08.11.09 22:23

짧게 보면 free rider가 이익을 볼 수 있겠지만, 길게 보면 事必歸正이 될거라고 확신합니다. 결국 세상만사는 塞翁之馬 아니겠어요? new 08.11.10 00:35

나는 애니가 아름다움을 조금도 잃지 않아서 참 기뻤어요. 조금 야위긴 했지만, 날씬해지는건 우리들의 소원이기도 하니까 오히려 다행이었구요. 차마 떠올리기조차 힘겨웠을 상황을 으연히 딛고 일어선 애니가 하도 안쓰러워서 몇번이고 안아주고 싶었지요. 수고했어요, 애니. 우리 모두가 침묵하고 있었던것은 어떤 말도 애니의 상심을 위로 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어쩔줄 모르고 안타까워 하셨던 청암님과 여러 어른, 그리고 빈함지님 앞에서 그간의 어려웠던 상황을 웃으며 얘기하는 애니를 보며, '그래, 이제 조금은 나았구나'하며 고마운 마음이었습니다. 현재의 상황이 어떤 상태던지, 이게 끝은 아닙니다.제가 언젠가 new 08.11.10 22:48

게시물로 올린적이 있었지요? '기쁠때는 슬프게, 슬플때는 기쁘게 할 수 있는것을 만들어 오라'는 뫙명을 받고 신하들이 만들어 올린, '모든것은 지나간다'라는 말이 새겨진 반지 얘기요. 이게 아니면 죽을것 같던 소망도, 이루던 이루지 못했던 지나고 보면 결코 그럴만한건 아니었다는걸 우리는 잘 압니다. 애니, 잘 참고 잘 이겨내서 장합니다. 잘 했어요, 우리 예쁜 애니!! new 08.11.10 22:56

꼬리글로 격려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힘내서 열심히 살겠습니다.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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