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글

남편이 출근하던 날

Annylee 2010. 1. 7. 15:53

남편이 출근하던 날

정장으로 말쑥하게 차려입은 젊은 기사가 검은 승용차와 함께 대기하고 있다가 
남편이 내려오자 정중하게 인사하며 차 문을 열어준 후 유유히 아파트를 빠져나가는 것을 
아파트 베란다에서 지켜본 나는 이제야 실감이 나서 가슴이 뭉클하고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동안 마음고생하며 지냈던 일들이 얼마나 많았으며 감옥살이 아닌 감옥살이에 기가 죽어
꼼짝도 못하고 지낸 세월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남편 출근 하시고 난 후에 정말 오랜만에 가져보는 편안함과 안도감으로 이젠 우리에게
행복한 마음과 사랑하는 맘으로 지낼 수가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기쁘기 한량없다.

"항상 기뻐하라, 항상 기도하라,  항상 감사하라."는 성경글귀가 생각나 나도 모르게
기뻐하며 감사의 기도가 입가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런 것이 마음의 평화이며 행복이며 사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하며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며 지내야 할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겠다.

그렇게도 안 풀리던 일이 남편의 출근 날짜가 정해지면서 하나씩 풀려 나가니
보이지 않는 힘이 우리에게 가까이 오고 있음이라 여기고 싶고 신기하기까지 하다.
당신 자신도 머리 복잡하지 않게 모든 신경을 직장 일에만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며
좋아하니 나 또한 안심이다.

그동안 남편은 나를 고생시킨 것 같아 미안함과 안쓰러운 마음에  자고 있는 나를 쳐다보면
가슴 저려 왔다고 실토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새 봄을 맞이하며 우리에게 정녕 봄은 올 것인가? 하며 기다리던 일이

드디어 현실로 다가와 꽃피고 새가 지저귀는 찬란한 봄이 

우리 앞에 와 있는 것 같다.

자리가 크고 작고를 떠나서 일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와 앞으로 몸담고 있을
직장을 위해서 최선을 다 하겠다는 남편의 각오를 들을 때 믿음직스럽고 대견하여
첫 출근 하는 날 아침에 꼭 끌어안고 " 아빠, 잘하고 오세요! " 하며 귓속말로 
속삭여 주니 당신도 기분이 좋은가 보다.

정치인에서 금융인으로 탈바꿈 하는 일이 이렇게 어렵고 힘들 줄이야 미쳐 생각지도 
못했다. 전공이 재정, 금융 학 이라서 자기 자신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선은 정치인으로 생각하여 주위에서 색안경을 끼고 볼까봐 걱정이다.
주위에게 크게 알리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측근에게만 알리고, 직장 일에 충실하고 싶다고 
하니 나 역시 떠벌리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대견하여 조용히 컴 앞에 앉아서 
지금의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난 남편이 모든 역량을 발휘하여 능력 있고 자애로운 상사가 되고 
아랫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아낄 줄 아는 지도자가 되리라고 믿는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생각난다.
그동안 겪은 일들은 우리를 행동하나에 심사숙고하여 더욱 조심스럽게 만들었고
더욱 겸손하여 낮은 자세로 세상을 살아가야겠다는 것을 배웠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더욱 성실하게 살아갈 것을 다짐해 본다.

 

오래도록 기다렸던 일들이 풀리고 나니 이렇게 마음이 홀가분 할 수가 없다.

 오늘은 오랫만에 마음놓고 차한잔을 즐기며 마셔야겠다,

 

2009년 3월에

 

오래전에 써놓았던 글을 지금에서야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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