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엄마,
창밖에 내리는 눈을 하염없이 바라보니
시내의 교통마비 따위는 생각지도 않고
그저 함박눈에 취해서 동심으로 돌아간다.
기록적인 폭설이 서울지방을 강타하여
남편도 사무실에 2시간30분만에 도착하였다니
가히 짐작할만하다.
새해연휴부터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 눈은
하루걸러 내리더니 기어코 오늘은 폭설로 이어지고 있다.
어제 하루 반짝한 틈을 타서 남편의 제안으로
엄마 계신 곳에 다녀오길 얼마나 잘했는지 모르겠다.
일주일 만에 보는 엄마는 대뜸 하시는 말씀이
“하느님은 왜 나 같은 늙은이를 안 잡아가신다니”
하시면서 이젠 사는 것이 귀찮다고 푸념을 늘어놓으신다.
90세가 넘으신 엄마는 요양병원에 입원할 당시 만해도
어느 정도 복도를 걸으시며 운동도 하시고
휴게실에 나가셔서 다른 분들과도 대화도 하시고
T.V.도 함께 보시곤 하셨는데 요즘은 거동도 불편하셔서
병상에만 계시니 면회 갈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이젠 내 나이도 어언 육순이 넘었으니
언제 이렇게 되었는지 참으로 시간이 빠르다.
내 마음은 항상 청춘이요.
행동도 아직은 젊게 하고 싶은데
남들이 보는 입장에서는 난 할머니요,
영락없는 늙은이로 비춰질 테니 서글프기 한이 없다.
올해에는 큰딸의 결혼날짜가 잡혔으니 시집보내야하고
그렇게 되면 난 내년에는 정말 할머니가 되겠지하고
반문해본다.
난 아직까지 두 딸들이 미혼이라 손주들도 없고 해서
할머니가 아니라고 우겨대었지만 할머니가 될 날이
가까이 와 있음을 실감한다.
엄마를 바라보며 엄마가 걸으셨던 길을 내가 똑같이 가고 있음을
생각할 때 나의 미래의 자화상을 보는듯하여 엄마에게
더욱 더 잘해드리지 못하여 죄송한 마음이 앞선다.
작별을 고하고 헤어질 때면
눈물 글썽이시는 울 엄마를 보면서
꼭 갖 난 아기 떼어놓고 오는 심정으로
가슴이 메어진다.
막내딸을 유난히 의지하고 예뻐하셨던 엄마이기에
나에게도 울 엄마는 특별하다.
그렇게 엄마 자신은 살아가시는 것이 힘드시겠지만
우리 곁에 계신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나는 행복하다.
올해에도 건강하셔서 우리들 곁에 있어주셨으면
하는 바램으로 새해를 맞이한다
2009년 1월3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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