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글

[스크랩] 백두산 등정기

Annylee 2006. 3. 10. 09:53

중국 연길에서 #1 083.jpg


연길의 하늘을 연일 뒤덮은 구름과 안개는 때로는 비로 변하기도 하고

바람을 몰고 오기도 하여 백두산 여행을 앞둔 내 마음을 조리게 하였다.

토요일 새벽 5시에 학교식당 앞에서 집결하여 정시에 20인 승

마이크로버스로 출발하였다. 안개 낀 새벽공기를 가르며 연길 시내를

빠져나가는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시내에 있었다.

 

시냇가 새벽시장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또한 젊은 사람이나 노인들이 함께 모여서 건강 체조하는 풍경도 보였다.

여기 사람들은 새벽 4시면 벌써 일어나서 운동도 하고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는 모양이다.

그 대신 9시만 넘으면 집의 전등불이 거의 꺼져 있는 상태이다.

 

한 시간쯤 달려 로투구 라는 동네에 도착하니 하늘에 구름이 서서히

벋겨 지기 시작하고 햇빛이 나기 시작하여 마음한구석에서 이는

잔잔한 미소가 희망을 노래하고 있었다.

 

지나는 길에 공동묘지에서 입관하는 풍경이 포착되어서 가이드한테

물어보았다. 그러지 않아도 산에나 들에 묘지가 전혀 보이지 않아서

궁굼 했는데 이곳을 지나다가 우연하게도 몇 구의 묘지도 보이고

새벽 6시에 입관하는 사람들이 보이니 우리네 풍속이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는 곳도 있구나 생각하였다.

 

중국 정부에서는 국민들에게 화장할 것을 법으로 정해져 있는데 이곳의

불교신자들은 종교적인 의식으로 생각하기에 법을 무시하고 화장을 안 한다고 한다. 하기사 15억 명이 넘는 중국에서 누구나 땅 한 평을 차지 한다면 차후에 남는 땅이 어디 있을까? 생각하니 화장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또 얼마안가니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햇빛은 우리의 약을 올리는 듯 보여

주었다 들어가기를 반복하여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보며 과연 우리는 백두산 천지를 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에 마음을 조리다가 오늘의 운에

맏기자 하고 욕심을 버리니 마음이 편하였다.

 

백두산 아래에 있는 숙박촌인 이도백하에 도착하니 시간은 8시 40분이

되었다. 이도백하로 들어가는 길 양옆에는 아주 예쁘게 자란 미인송 이

빽빽이 들어 차 있어 경치가 아주 좋았다.

이도백하가 백두산 근처에서 제일 큰 동네이고 여기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장을 풀고 백두산 등정을 하게된다.

 

이도백하에서 첫 번째 매표소까지는 30분 정도 걸리고 매표소에 도착하니 모든 사람은 차에서 내려야하며 인원수대로 표를 사서 인원점검하며 입장하고 차량은 따로 통과하여야 한다.

가는 길에 대우호텔이 눈에 띄었다. 백두산 안에서 제일 비싼 호텔이며

숙박료는 하루에 800원 인데 할인은 전혀 안되고 한철에는 방이

없다고 한다. 노천 유황온천에 나의 옆지기가 목욕을 하여보니 물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고 무척 좋아하였다.

 

매표소를 통과 한 후 차량에 탑승하여 천지에 오르는 코스로 향하는데

두 코스의 갈림길이 있다. 왼쪽으로 갈라지는 길은 천문봉으로 가는 길로

차단기로 막아서 일반차량을 통제하고 개인 당 80원씩을 주고 짚차를 타고 20분 정도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천지 온천과 장백 폭포를 지나서 천지의 물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못으로 가는 길이다.

 

장백폭포 까지는 그런대로 오를 수가 있으나 연못까지 가는 길은 너무나

길이 가파르고 험하여 노약자는 정말 힘든 코스이다.

연못까지 왕복 3시간 걸리고 아주 힘든 코스라서 단단히 마음을 먹고 등정을 해야한다.

우리가 갈림길에 도착하니 햇빛이 비추이기 시작하여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오른쪽 길을 택하여 장백폭포 쪽으로 향하여 폭포매표소 앞에 다다르니

왼쪽에는 유황온천의 발원지에서 온천수가 흐르고 83도가 되는 온천수에 삶은 계란을 한국돈 천원에 세 개라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계란의 맛은 노른자는 단단하게 익었는데 흰자는 아주 부드럽게 익어

유황온천의 영향으로 그렇단다.

 

한시간쯤 지나니 쨍하던 햇빛은 간데없고 구름이 몰려와 폭우로 변하여

30분가량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걸어야 했다.

여기에 올때는 우산이나 우비를 꼭 챙겨 와야하며 연길 하고의 기온차이는 10~15도 차이가나서 반듯이 쟈켓을 챙겨 와야한다.

우비를 파는 곳이 있는데 중간에서 비를 만나면 꼼짝없이 맞아야 하기에

감기에 조심하여야한다.

 

햇빛이 나면 춥지 않은데 구름이 있으면 갑자기 추워지고 비도 오고

백두산의 날씨는 하루에도 열 두 번이 변한다고 한다.

천지까지 가는 길에는 노랑, 분홍, 보랏빛이 영롱한 들꽃들의

향연에 넋을 잃고 만다.

천지에서만 자생하는 들꽃이 어찌나 예쁜지 하나 꺽고 싶은 충동이

생기지만 들꽃을 잘못 꺽다가 걸리면 벌금에 창피를 톡톡히 당한다.

 

백두산에는 아직도 호랑이, 곰, 등이 서식하여 철저하게 보호되어

호랑이나 곰을 잡는 사람은 그야말로 엄벌에 처하게 된다.

호랑이는 사람을 해 칠 수 있어도 사람은 절대로  곰이나

호랑이를 해칠 수가 없다.

 

어렵고 힘들게 한시간 반쯤 올라가면 대평원이 시야에 펼쳐지며

야생화와 어우러진 천지의 모든 것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감격과 그 흥분을 어디에 비하랴...

천지의 물은 공해에 물들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작은 곤충 같은 것이 있어서 먹을 수는 없었고 물은 너무나 차거워서 오래 손을 담글 수가 없었다.

 

이러다 보니 어느 사이에 비는 그치고 구름이 서서히 물러가기 시작하여 천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니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 있으랴.

내려 오는 길은 좀 쉬웠으나 무릎에 무리가 가기 시작하였다.

힘들게 내려와서 우리는 늦은 점심식사를 하였고 다시 천문봉을 올라가는 짚차에 올라 꼬부라진 언덕길을 달려 정상에 다다랐다.

 

백두산 정상에 올라 차에서 내려 천문봉 까지는 불과 50미터정도

오르는데 정말 웃기는 일이 벌어졌다.

올라가는 계단이 없고 모래언덕이라서 조금 가다가 뒤로 미끄러져

내려오곤 하였다. 바닥이 미끄러운 운동화 때문에 올라가지 못하고

계속 미끄러지니까 뒤에서 젊은 학생이 받쳐주고 앞에서 손잡아주어

겨우 천문봉에 다다르니 한숨이 절로 나왔으나,

앞에 펼쳐진 경관에 모두들 환성과 환호로 시끌 하였다.

 

그사이에 구름이 우리를 피한 듯 어디로 사라지고 나도 학생들 틈에 끼어

함께 탄성을 지르며 온 전신에 밀려오는 환희에 휩싸여 모든 피로가

싹 없어졌다.

 

민족의 영산 백두산이 놀랍게도 우리들 시야에 영원한 그 모습 그대로

거기에 있지 않은가?

너무나 감격하여 많은 감회가 교차하였고 우리나라가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 마음놓고 이곳을 왕래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 분단된 민족의 슬픔이 가슴속을 뭉클하게 스쳐갔다.

언젠가는 통일이 되는 날이 반듯이 오리라는 희망을 가져보며

마음속으로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빌었다.

 

천지가 눈앞에 펼쳐졌을 때의 감격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도 날씨가 변덕스러워 하루에도 열 두 번 씩 변하니 천지의 날씨를

아무도 예측할 수 없으며 연길의 날씨와는 정말 무관하였다.

요즘이 우기 철이라 정말로 못 볼 줄 알았는데 두 곳을 다 보고 나니

얼마나 흐믓하고 행복한지 몰랐다.

 

 아침에 우리보다 30분 늦게 떠난 다른 팀은 구름 때문에 천지를 못보고

내려왔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천지를 볼 수 있는 날이 일년에 20%정도 밖에 안 된다고 한다.

정말 오늘 우리는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겠다.

가는 길은 5시간 걸렸고 돌아오는 길은 쉬지 않고 달려 4시간 걸렸다.

연길에 도착하니 밤 9시30분이 다되었다.

 

연길에서 한국식으로 하는 홍콩반점에서 저녁식사 후에 숙소에 도착하니

밤 11시가 거의 되었다.

피곤한 몸이건만 행복했고 감격스러웠던 순간들을 음미하면서

내일을 향한 달콤한 꿈에 빠져 들었다.

 

******^!^*****

여러분들!!

모두 안녕하시지요?

저는 여전히 잘 지내고 있으며 요번 주일에는 어느곳으로

여행을 해야할지 아직 정하지 않았어요.

도문 여행길이 아직 막혀있는지 알아 보아서 길이 열렸으면

아마도 도문여행으로 정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룹으로 함께 하는 여행이라서 나도 확실하게 모르니

여러분들 다음을 기대 해 주시고 여기 까지 읽으시느라 애쓰셨어요.

그럼 여러분들 한주동안 평안하시길 빕니다.

 

연길에서 애니드림

7월 12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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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향이그윽한 애니의 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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